'82년생 지영이 아빠' 당신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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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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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걸어온 길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는 한국전쟁 이후인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나 '한강의 기적'을 이끈 산업화 주역이자, 80년대 민주화 운동과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등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50·60 세대를 일컫는다.
산아 제한 정책 도입기를 기준으로 이 시기의 출생자와 1968~1974년 출생자를 전·후기 또는 1·2차 베이비부머로 보는 시각도 있다. 올해는 베이비부머의 맏이인 1955년생이 만 65세, 법정 노인이 되는 해이다.
대한민국 현대사와 생사고락을 함께 한 베이비붐 세대는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끈 산업 현장의 역군이면서 군부독재에 맞서 싸워 이 땅에 민주주의를 꽃피운 주인공이다. 오로지 가족과 국가를 먹여 살리기 위해 기꺼이 청춘을 바쳤다.
사진은 한국전쟁 후 수원천변 피난민 판자촌. /수원화성박물관 제공
그렇게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온 이들은 지나간 세월의 무게만큼 이제는 몸도 마음도 잔뜩 움츠러들었다.
찬란했던 과거의 자부심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채 초라하고 냉혹한 노후의 삶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공기업에서 정년퇴직한 60대 경비원의 이야기 등을 다룬 어느 책 제목에 쓰인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이란 단어는 은퇴 이후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시급 노동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들의 팍팍한 삶을 대변한다.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 내는 일상의 빠른 변화는 기성세대들의 고립감을 더하고 있다. 키오스크 주문을 하지 못해 햄버거 하나도 마음 편히 사 먹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의 자화상이다.
'58년생 김영수'중에 한 명 김원일
경제발전·민주화 관통한 '세가지 삶'… 쉽지 않았던 가장의 선택
저는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의 대명사로 불리는 '58년생 개띠' 김원일입니다. 앞서 보셨을 3장의 사진은 이름만 같을 뿐 각기 다른 삶의 모습이 담긴 저의 '인생 앨범'일 수도 있겠네요.
빛바랜 사진은 남부럽지 않았던 젊은 시절의 '은행원', 가운데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사진은 은퇴 이후 자영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커피숍 사장',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가게를 접고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지금의 저 김원일입니다.
1958년 2월 수원에서 태어났습니다. 그해에 제 동갑내기가 100만명 가까이 출생했다죠? '1·4 후퇴' 당시 고향인 황해도에서 수원으로 월남하고 수원교도소 교도관으로 근무하셨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어릴 적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 음대에 가고 싶었는데 은행원이 됐어요. 돌아가신 둘째 형님의 장래 희망을 대신 이룬 건데 중학교 때 매까지 맞아가며 주산 1단 자격증을 땄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서울로 유학을 다녔어요. 그때만 해도 수원에서 통학하는 데 3시간이나 걸렸던 서울 동대문상고(현 청원여고)를 나왔습니다.
그렇게 1981년 9월 반듯한 정장을 입고 국내 4대 은행으로 꼽히던 한 곳의 신입 행원이 됐습니다. 사실 운이 좋았죠. 지금과 다르게 경제가 좋을 때여서 대졸 말고 고졸만 140명 정도를 뽑았으니까요.
어릴 적 꿈인 음대에 진학하진 못했지만, 은행원이 된 덕분에 가족을 살렸어요. 둘째 형님 사업이 1979년 석유 파동으로 휘청였는데 직원 혜택으로 은행에서 저금리 대출을 받아 집안의 큰 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했죠.
# 내게도 1997년 외환위기 구조조정의 칼날이
그 시절 시위 현장에서 최루탄을 맞았을 때보다 더 힘든 시기가 있었죠. 외환 위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IMF(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1997년이었습니다.
그해 은행에서 퇴사 압박이 있었는데 형님한테 "퇴직금을 준다는데 어쩌죠"하고 물었다가 된통 혼났습니다. "한참 키워야 할 자식이 둘이나 되는데 지금 일을 관두면 뭘 할 거냐"고 몇 시간 동안 야단을 맞았어요.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1999년 대전 영업본부에서 근무할 때도 "그만두라"는 언질을 받았어요.
어느새 부쩍 자란 두 아들의 대학 등록금만 해결할 수 있으면 되겠다 싶었어요. 은행에서 퇴직금에 자녀 학비까지 얹어서 준다더라고요.
지난 4일 베이비부머 세대 대표 격인 58년생 김원일 씨가 경인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한국 경제발전과 민주화 운동을 비롯한 은행원 퇴직 이후 커피숍 사장, 경비원 등 겪어 온 삶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자영업', 만만한 게 아니었다
다행히 지인의 소개로 대학교나 병원 안에서만 영업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차릴 수 있었어요. 길거리의 개인 카페는 매출이 안 나올까 봐 불안했고 유명 프랜차이즈는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꿈도 못 꿨는데 운이 좋았죠. 안산의 한 대학에서 2011년 가게를 열고 2년 정도까진 괜찮았어요.
인건비가 높아서 직원 없이 아내와 둘이서만 카페를 운영했죠. 학생들이 가족처럼 우리를 맞아줬고 카페 말고 매점도 같이 운영해 매출도 높았어요. 고생한 끝에 자리를 잡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임대 계약상 갑인 학교 측이 인테리어 등에 투자하라는 거예요. 1억원이 넘는 공사비를 감당하기 어려웠어요. 말을 듣지 않으면 다른 카페 운영 업체를 들이겠다는 거 아닙니까.
다행히 저희 카페 본사의 중개로 수원의 한 대학에서 영업을 이어갈 수 있었는데, 이곳은 학생 수가 워낙 적다 보니까 매출이 나오지 않았어요. 어쩔 수 없이 카페 운영도 2018년을 끝으로 접었습니다.
#멋진 인생 2막 위해 기운 냅시다!
은퇴 후 경비원이란 직업을 고민 중인 우리 또래의 사람들이 많을 텐데 일단 "용기를 내라"고 말하고 싶어요. 첫 직장에선 심한 갑질도 당했지만 지금 근무하는 아파트 단지의 보안업체는 경비원들을 충분히 배려해주거든요. 우리를 가족처럼 대해주는 입주민도 많아 큰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 김원일(58년생 개띠)
# 생계 위한 나이 든 가장의 선택 '경비원'
그땐 정말 은행 퇴직 직후보다 훨씬 막막했어요. 퇴직금이 전부 소진된 건 옛말이고, 큰 용기를 내서 시작했던 자영업도 실패하다 보니까 정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편의점을 운영하는 옛 은행 동료에게 연락해 봤더니, "나름 괜찮다"고 했어요. 투자 금액이랑 리스크(위험도)가 어느 정도이고 수익은 얼마나 나오는지 계산기를 두드려봤죠. 그런데 가족들이 극구 반대를 했어요. 1년 365일 매일 24시간 동안 문을 열어야 하고 생각보다 수입이 적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더군요.
결국, 생각해낸 게 경비원이에요. 정말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습니다. 가끔 뉴스에서 경비원들이 입주민들한테서 폭행을 당하거나 갑질에 시달린다는 보도가 나오니까 겁이 많이 났죠.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됐습니다. 그런데 어떡해요. 가족들 먹여 살리고 노후도 대비해야 하는데….
처음 경비원으로 일하게 된 아파트 단지에서 소위 갑질을 당했습니다. 2018년 말이었죠. 우리를 관리하는 보안업체 실장이 경비대원들한테 점심시간 자신과 마주칠 때마다 "단결!"하고 거수경례를 하게 했죠. 그땐 그냥 따라서 했습니다. 동료들이 군말 없이 그렇게 하길래 '경비업계 군기가 원래 세구나'하고 생각했거든요.
3개월 정도 일을 해보니 그 외에도 무분별한 욕설은 물론 화장실 문 앞에 쭈그려 앉아 밥을 먹게 하는 등 갑질이 너무 심하더라고요. 그 실장은 60대인 우리 경비원들의 막내 동생뻘 되는 사람이었어요.
참다못해 몇몇 동료들과 뜻을 모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어요. 그 실장은 책임을 지고 다른 곳으로 떠났지만, 우리도 나중에 재계약을 못 하는 피해를 봤습니다.
몰려드는 은퇴세대… 일·노후까지 불안한 내일
베이비부머 급격히 늘어나는 경기
올해는 베이비부머 맏이인 55년생이 '노인'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10년간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인구가 매년 평균 1만명 넘게 늘어난 지역은 전국에서 경기도가 유일하다.
이들이 안고 있는 재취업, 부양 부담, 노후 준비 등에 대한 경기도 차원의 빈틈 없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 통계청에 확인해 본 결과 경기도 내 베이비부머에 해당하는 58~66세 인구는 지난달 기준 161만3천644명(남성 81만159명·여성 80만3천485명)이다. 이는 경기도 전체 인구인 1천337만714명 중 12.07%에 달한다.
특히 경기도는 베이비부머 인구의 순 유입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1만3천907명이 늘어났을 정도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순 유입 인구가 매년 2천~4천명 수준이거나 오히려 수천 명씩 줄어드는 타 시·도와 대조된다. 그만큼 경기도에서는 베이비부머의 은퇴 이후 삶에 대한 정책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경기·인천 베이비부머 연령대 인구 순이동자수 추이
경기복지재단이 지난해 베이비부머를 포함한 도내 중장년(50~64세)의 삶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인구 중 이들의 비중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또 불안정한 고용 상태와 가족 부양부담 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를 앞둔 경기도내 40~49세 인구의 고용률은 지난 2018년 2분기부터 지난해 1분기까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50~59세도 2018년 4분기를 기점으로 증가에서 감소세로 돌아섰다.
또 이들의 퇴직 시기가 갈수록 앞당겨지고 고용 형태도 임시·일용직이거나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았다.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에 노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중장년층이 30대였던 지난 1998년만 해도 '부모부양 책임이 가족에 있다'는 인식이 90%에 달했던 것과 달리 2016년엔 30.6%로 떨어진 상태다.
과거 부모 부양에 온 힘을 기울였으나 현재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이른바 '낀 세대' 중장년층은 노동시장 참여가 높은 '일하는 세대'로 간주되면서 주요 복지정책에서 제외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이들의 질병, 실업, 산업재해 등을 기존의 사회보험이나 개별 기업의 복지 등으로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지자체 차원의 다각적인 정책 지원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황혼에 기운 살림꾼, 점점 버거워지는 가족 부양
고령화 빠르게 진행되는 인천
인천의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인천은 베이비부머 비율이 지난 2018년 2월 기준 14.0%(41만3천192명, 통계청)로, 부산(15.9%)과 대구(14.3%) 다음으로 높은 비율을 보이기도 했다.
인천시고령사회대응센터는 '인천 베이비부머의 건강·활동적 노화를 위한 정책과제(2018)' 등을 통해 인천 베이비부머의 생활상과 사회 인식, 지역의 고령화 실태를 종합적으로 고찰했다.
베이비부머 1천907명(1955~63년생은 전체의 52.2%)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연구보고서(표 참조)를 보면 응답자 중 58.6%는 생계를 책임지는 가구주였다. 이들은 노부모를 돌보면서도 10~30대 자식을 뒷바라지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자녀를 둔 응답자의 28.5%는 자식이 취업할 때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다.
이어 교육기관 졸업(26.7%), 결혼(25.5%) 등의 순이었다. 베이비부머는 노부모를 보살피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이 커 보인다. 센터는 금전적(부모 3.23점, 자식 2.91점)인 부분을 비롯해 정서적·신체적 영역 등으로 나눠 부담 정도를 점수화했는데, 모두 자식보다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더 부담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지역별 베이비부머(58~63년생) 주민등록인구 현황
유형별로 보는 베이비부머 세대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의 퇴직 이후 삶은 경력 활용 여부에 따라 크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베이비붐 세대 퇴직자 79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 등을 실시해 인생 2막에 경력 자산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관찰했다.
이를 통해 자발적으로 새 경력을 쌓는 '새경력시작형', 기존 경력을 못 살려 비자발적으로 새 일자리 찾은 '경력무관형', 퇴직 전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 연계 경력을 이어나가는 '경력연계형', 기존 경력 일자리를 원했지만 포기했거나 앞으로 더 일할 계획이 없는 '경력중단형' 등 4가지로 분류했다.
이 연구에서는 나이, 성별, 학력, 직업 등이 전혀 다른 이들이 퇴직 후 경력을 살려 어떻게 새 일자리를 구했는지, 경력과 무관한 새 삶에 대해선 만족하고 있는지 등을 두루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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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는 말이야...
내가 다~~
해봐서 아는데
지난해 9월 영국 공영방송 BBC는 '꼰대(KKONDAE)'를 '오늘의 단어'로 선정해 소개했다. 한류 열풍 속에 'K-꼰대' 문화가 언어가 다른 해외에서까지 주목받은 사례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꼰대를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쓰는 꼰대의 의미는 사전적 정의보다 훨씬 폭넓다.
나이와 신분을 떠나 남의 의견을 듣지 않고, 자기 생각만 고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꼰대로 불릴 수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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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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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단절을 넘어서
당신도 꼰대일 수 있습니다
"당신은 꼰대입니까?"
만약 자신이 부하 직원을 둔 50대 직장 상사이면서 평소 고집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다면 요즘 유행하는 '꼰대 문화'의 당사자라는 의심을 한 번쯤 해보는 건 어떨까.
경인일보가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네이버 오피스 폼을 이용해 전 연령대를 대상으로 꼰대 문화와 관련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설문 참여자 824명 가운데 689명(83.6%)이 주변에 '꼰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이 꼰대라고 생각한 사람의 나이는 50대가 35.1%로 가장 많았고 60대(18.4%), 40대(14.4%), 70대 이상(7.9%) 순으로 기성세대가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했다.
'꼰대라고 생각한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복수응답)에는 384명(46.6%)이 직장 상사를 꼽았다. 두 번째로 많았던 '교사, 교수(19.7%)'와 무려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응답자 가운데 54.9%(복수응답)는 '자기의 생각만 고집하는 사람들'을 꼰대라고 여겼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거나(43.7%)',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43.1%)들'도 꼰대라고 지칭했다.
라떼는 말이야 혹은 꼰대라는 표현이 유행하는
사회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꼰대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필요한 요소는?
- 경인일보는 지난 5일부터 13일까지 네이버 오피스 폼을 통해 '꼰대 문화' 관련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는 총 824명이다.
꼰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은?(복수응답)
'라떼는 말이야' 라는 신조어를 알고 있습니까
꼰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연령대는?
Interview
한상윤 초중고교장총연합회 이사장
기성세대 권력 청년들과 어떻게 나눌지 고민이 필요해
"저는 밀레니엄세대인 청년들이 기성세대를 꼰대라고 표현하는 것에 100% 동의하고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를 내기 어려운 세상에서 저희 세대가 자꾸 '노오오력'을 강조하니까 청년들은 거부감을 느낍니다.
노력을 이야기하기보다 기성세대가 가진 권력(자원)을 청년세대와 어떻게 나눌지 고민하는 게 보다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성세대가 청년세대의 삶을 이해하고 양보하려는 노력이겠죠."
꼰대'라고 불리는 기성세대도 젊은 사람들의 눈치를 본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라는 말이 기성세대의 입에서 입으로 유행처럼 전해지기도 한다.
지난 11일 서울 봉은초등학교에서 만난 59년생인 한상윤 한국초중고등학교교장총연합회 이사장은 이 말에서 '생존'이라는 의미를 떠올렸다. 누군가에게는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을 표현이지만 그는 기성세대가 '사회적 고립'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처세라고 봤다.
한 이사장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일화가 있다. 그는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교직자들로 구성된 독서모임에 나가고 있다.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 이 모임에 참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의 의견을 반박했다가 분위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상대방의 얼굴색은 차갑게 변했다. 그는 "이러다 모임에서 '투명인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이 만났을 때 보통의 경우 나이 든 쪽이 '라떼는 말이야'로 시작해 자기 이야기만 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말할 기회를 기성세대가 줘야 한다는 것이죠.
사회적으로는 어떻습니까. 취업, 연애, 출산 등을 포기해 'N포 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의 요구가 국가의 정책에 반영되는 통로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회의원을 포함한 선출직에 청년 비율을 의무적으로 할당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 한상윤 초중고교장총연합회 이사장
Interview
'원피스 등원' 류호정 국회의원
국회속의 청년, 뭘 해도 부각… 익숙해질때까지 시간이 필요해
"게임에 대한 편견과 제가 겪은 (대리 게임) 논란 등을 생각해 다른 걸 쓰자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데 거짓말하긴 싫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우리 세대는 게임이 굉장히 익숙한 문화이고 놀이잖아요. 손으로 축구(게임)를 하는 게 익숙할 정도로요."
'베이지색 점프슈트에 흰색 운동화.'
지난 9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옷차림에 자연스럽게 시선을 뺏겼다. 류 의원은 지난달 국회 본회의장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등장해 큰 화제를 몰고 온 정치 신인이다. '국회'라는 공간, '의원'이라는 신분 등을 걷어낸다면 그는 영락없는 20대 청년의 모습이었다.
92년생 최연소 나이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류 의원의 언행 하나하나는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의 말마따나 류 의원은 국회라는 공간, 의원이라는 신분의 이미지를 투영하기 가장 어려운 사람이다. 그의 옷차림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일부 여론에서 과거 유시민 작가의 이른바 국회 '백바지' 등원 논란이 다시 회자되기도 했다.
류 의원이 누군가 정한 것도 아닌 국회의 낡은 '룰'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있다는 점은 여느 청년 의원들과도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그는 국회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의원 소개란의 취미·특기 항목에 '게임'을 적었다. 과거 게임 업계 종사자였고, 평소 게임을 즐겨 하는 그에게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류 의원이 권위 의식을 중요하게 여기거나 게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 등을 고려했다면 아마도 다른 선택을 했을 수 있다.
"제가 튀어 보이는 건 정말 유별나서가 아니라 국회의원 300명 중에 소수인 청년이라서 무얼 해도 두드러져 보여서가 아닐까요.
원피스도 사실 평범한 업무 복장이고, 늘 하던 대로했을 뿐인데 논란이 된 거잖아요. 서로가 익숙해질 때까지 인내하고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정의당 류호정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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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보, 마이 라이프
연륜과 감각이 통했다… 그렇게 닮아가는 우리
'30년 터울' 신경철 명장·우진구 대표 협업
수제가구 품질·마케팅 조화… 젊은층 어필
원목 가구 기업 블라노스의 공장에서 '젊은 대표' 우진구(33)씨와 '40년 기술 명장' 신경철(63)씨가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용인에서 원목 가구 주문제작 기업 '블라노스'를 함께 이끄는 우진구(33) 대표와 신경철(63) 명장에게 '30년 터울'은 세대 간 장벽이 아닌 서로를 잇는 '연결다리'였다.
신 명장이 쌓은 40년의 기술이 우 대표 사업의 뿌리가 됐고, 정보기술(IT) 시대에 걸맞은 고객 맞춤형 서비스와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우 대표는 신 명장과 젊은 소비자 사이의 간격을 좁혔다.
살아온 시대가 다른 둘은 서로 이해하고 멘토가 되어주면서 그들 사이의 장벽을 무너뜨렸다. 우여곡절도 있었다. 한참 어린 우 대표가 사업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내민 손을 신 명장이 열 번이나 뿌리쳤다. 어떤 이유였을까?
신 명장은 대한민국의 전통가구목공예 명장(제16-명71호)이다. 최고의 숙련 기술을 보유한 사람에게 국가가 부여하는 자격이다. 그는 수제 가구를 만들기 시작한 1977년부터 40년 넘는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수십 년 간 제조 공장만 운영하다가 직접 판매까지 하는 매장을 차렸는데 경기 불황에 부닥치며 큰 피해를 봤다.
우 대표가 2016년 말 처음 찾아와 사업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했을 때도 이 같은 실패를 물려줄까 봐 거절했다. 하지만 이후 1년간 열 번이 넘도록 끈질기게 요청한 우 대표의 '십고초려'는 결국 신 명장의 마음을 돌렸다.
"주문 제작 가구는 가격이 비싸지만 수요가 적어 수익을 올리는 데 기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계속 거절했는데 매일같이 찾아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도우며 매달리니 결국 마음이 움직이더라고요. 과거에 내가 사업에 실패했던 건 마케팅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에요. 그런 점을 우 대표가 채워주고 있습니다."
"30년의 나이 차는 걸림돌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자기 고집도 있으실 텐데 절대 본인 의견만 내세우지 않고 뭘 제안하든 끝까지 들으세요."
- 신경철 명장·우진구 대표
"나이가 많아서? 그게 뭐 어쨌다고!"
시니어 유튜브 전도사 김혜미씨
"2020년 '소통의 도구' 기성세대들도 반드시 배워야"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쓰는 젊은 친구들이 부러워지는 거예요. '내가 되게 무식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20대 때는 남들이 하지 않는 영어를 해서 인기도 많았고 도전적인 마음가짐으로 삶을 살았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점점 자존감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스마트폰이 도대체 뭔지부터 배워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체통·품위 따지기보다 한번 도전해보길
"나이가 많아서? 그게 뭐 어쨌다고!"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소재 '브라보노래문화공간(노래 교실)'에서 만난 김혜미(63)씨는 이곳의 부원장으로 일하면서 시니어 유튜버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유튜브 '전도사'를 자청하는 그는 동년배들에게 '비공개'로라도 좋으니 영상을 한번 만들어 보라고 조언한다. 체통이나 품위를 따질 시간에 그냥 저질러 보란다. 요즘 젊은 세대들의 소통 방식으로 '자서전' 한 편을 썼다고 생각하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런 김씨도 불과 몇 년 전까지는 스마트폰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조차 제대로 몰랐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버스 요금을 스마트폰으로 지불하는 모습에서 부러움을 느꼈을 정도다. 당연히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저는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고, 편집도 해요. 하나의 영상을 만들려면 아이템 발굴에서 촬영, 편집까지 12시간 정도 걸려요. 처음 올린 영상들을 보면 무지 촌스럽기도 해요. 냄비 뚜껑이나 주걱을 들고 노래를 한 적도 있고요. 채널만 봐도 제 발전사가 한눈에 보이는 거죠."
"유튜브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게 아니라, 반드시 해야만 하는 거예요. 2020년의 소통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면 시대의 조류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고, 기성세대들은 소외되고 외로워질 수밖에 없겠죠."
- 시니어 유튜버 김혜미씨
'막막한 인생 2막'
기관·단체 지원 정책
길라잡이
① 노후가 걱정이다. ② 그런데 뭘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 ③ 도움을 줄 곳이 있을 것 같다. ④ 하지만 어디로 연락해야 할지 모르겠다. ⑤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겠나. 경인일보 취재팀이 은퇴 전·후 시기에 있는 베이비붐 세대를 만나 인생 2막에 대한 대화를 나눠보니 열이면 아홉은 이런 패턴의 답이 돌아왔다.
[TIP-1] '인생 2막'을 설계하려면
경기도 일자리박람회
'인생이모작…' 운영
고용노동부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만 40세 이상 중장년 재직 근로자나 구직자가 자신의 경력 등을 점검해 인생 2막을 대비하는 '생애 경력 설계 서비스'를 지원한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전국에 30여개의 센터가 운영 중이다. 재직자의 경우 40대는 '경력 관리'를, 은퇴 전·후인 50대와 60대에겐 행복한 100세 인생을 준비하도록 돕는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인천: 032-260-3800, 경기: 031-8014-8500) 인천고령사회대응센터(032-715-5491)
[TIP-2]'전직·재취업'을 준비한다면
경기·인천 일자리기관 '맞춤형 매칭' 지원
중장년 재취업을 위한 정부 지원제도는 취업 상담, 직업능력 증진, 일자리 알선 등으로 나뉜다. 고용노동부 고용복지플러스센터와 노사발전재단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등에서 취업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워크넷'에서 직업 심리검사 등을 통해 자신의 역량이나 적성을 파악할 수도 있다.
※고용복지플러스센터(인천: 032-460-4701, 수원: 031-231-7864 등 24개 시·군), 한국폴리텍대학 산학사업부(032-650-6663),경기도일자리재단(031-270-9600)
[TIP-3] '창업'에 도전하겠다면
청년 아이디어-중장년
기술 노하우 결합
연구·개발, 특허, 상표, 디자인, 마케팅, 경영자금 등 다양한 창업 관련 지원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중장년기술창업센터는 40세 이상 중장년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교육, 컨설팅, 창업공간 제공 등을 지원한다. 청년의 아이디어와 숙련된 기술을 가진 중장년의 노하우를 결합한 창업을 돕기도 한다.
※창업진흥원 중장년기술창업센터(인천: 032-726-3883, 경기: 031-259-6079 등), 인천지식재산센터(032-810-2882), 인천창조경제혁신센터(032-458-5000)